실무에서는 정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먼저 가계약의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. 이러한 가계약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가? 말 그대로 ‘가계약’에 불과하므로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이미 지급한 돈을 반환하거나, 또는 반환 받고 일방적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까?
그러나 가계약은 ‘제목’에 불과할 뿐 사안마다 그 내용이 천차만별이다. 따라서 그 효력을 일률적으로 논할 수는 없으며 가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표시를 해석하여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그 효력을 논할 수밖에 없다. 다만, 가계약의 효력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을 탐구해 볼 필요는 있다.
◇P씨 사례
사업가 P씨는 강남 아파트의 매입을 물색하던 중 5000만원을 걸고 가계약을 체결하였다. 매매대금이 20억 원 인데 일주일 후 1억 5000만원을 걸고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. 그런데 며칠 후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후회하고 계약을 파기하고 돈을 돌려받고 싶은데 가능한가?
가계약서에는 매수인이 일주일 후에 1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가계약금 5000만원이 몰수당하도록 되어 있다.
▲가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쪽 당사자가 본 계약체결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가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면 그에 따라 파기가 가능하다. 그러나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가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.
▲가계약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또는 가계약서의 작성도 없이 가계약금만 지급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다. 가계약도 일종의 계약인 만큼 효력이 발생되려면 가계약 체결당시 매매 물건과 대금 등 계약의 중요부분은 특정되어야 한다. 반드시 가계약서가 작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. 구두의 가계약이라도 중요부분이 특정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.
예컨대 중개사를 통하여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가 계약금을 매도인의 통장으로 송금하고 추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는 경우에도 매매물건 및 대금 등 계약의 주요조건이 특정되면 계약으로서 효력이 발생한다.
▲가계약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만큼 당사자는 본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고, 본 계약체결을 거부하면 상대방은 계약해제 및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. 만일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약정이 있는 경우 예컨대 본 계약체결의무를 위반한 당사자에게 가계약금의 몰수 또는 배액상환 조항이 있다면 그에 따라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는 가 계약금이 몰수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해 주어야 한다.
▲사례의 P씨의 경우 그 가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 한, 가계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어 맘대로 파기할 수 없다.
또한 가계약의 대상물건 대금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고 본 계약체결을 위반한 경우의 위약금에 대한 규정도 있으므로, P씨 는 본 계약체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가계약금 5000만원을 몰수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. 가계약이라고 성급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다.
세계일보 2008.5.19 이기형 부동산전문 변호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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